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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ry

게임과 인생

공부하다가 머리를 식힐 때면

이상하게도 엄청 오래된 버블게임을 하곤 한다.

 

신중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을

보너스 점수를 노리고 급하게 하다가

8라운드도 되기 전에 끝나버린다.

 

그러면 오래 버티지 못해 아쉬워서

한 판만 하기로 한 것을 어기고

동기화 버튼을 눌러서 다시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게임이 아니라 인생이라면,

다시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인생은 이 게임과 같아서

폭발적인 성장을 노리고 급하게 하다가

금방 끝나버리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매사에 신중하면서 천천히 꾸준히 하다가

초반에는 뒤처지더라도 끝내 성공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만점을 노리다가 망해버린

수많은 코딩 대회가 지나간다.

 

코딩 대회는 이 게임과 같아서

한꺼번에 고득점을 노리고 급하게 하다가

얻을 수 있는 점수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쉬운 부분문제(subtask)부터 차례대로 긁어서

고득점을 얻어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게임을 하다가 공부 계획을 안 지킨

수많은 날들이 지나간다.

 

하루 동안의 공부는 이 게임과 같아서

순간적인 쾌락을 노리고 딴짓을 하다가

계획이 계속 밀리기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며 최선을 다하여서

마침내 지식과 지혜를 얻는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딱 16일밖에 남지 않은

정보올림피아드 국가대표 1차 선발고사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딱 23일밖에 남지 않은

수학올림피아드 겨울학교 모의고사가 떠오른다.

 

중요한 시험들을 앞두고

올림피아드에서 잘 하고 싶다는 욕심만 가득한 채

과정이든 결과든 길게 보면 즐길 수 있는

수학, 정보 공부는 안 하고 게임을 해서 되겠는가,

라고 스스로를 탓한다.

 

중요한 시험들을 앞두고

수학, 정보 문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잘 안 풀려도 생각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모른 채

문제를 깊게 고민하지 않고 게임을 해서 되겠는가,

라고 스스로를 탓한다.

 

문제가 잘 안 풀려 게임이 하고 싶을 때면,

길게 보았을 때 더 즐거운 수학, 정보 공부를 하자.

수학, 정보 대회에서 어려워 당황할 때면,

길게 보았을 때 성과가 좋아지도록 부분문제를 긁자.

정보올림피아드 국가대표가 되지 못해 아쉬울 때면,

길게 보았을 때 삶의 의미를 떠올리고 여유를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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