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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ry

대회, 2024년, 꽃길

기대에 가득 찬 굿바이 BOJ 2023 대회,

끝나자 아쉬움만 가득하다.

 

이런 글자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어찌하여 D번에서 그렇게 조급하여

면밀한 분석 없이 끔찍한 수식을 박아넣고

800줄 넘는 코드를 제출하고

그러고도 틀린 걸 몰라 16번이나 틀리고

2시간 가까이를 허비했는가.

 

한편 이런 글자들이 다시 머릿속을 스친다.

어찌하여 운이 그렇게 좋아서

관점을 바꾸어 그리디 풀이를 생각해내고

증명도 없이 용기를 내어 도전해보고

첫 제출부터 오류가 없어서 AC를 받고

남은 문제를 고민할 1시간을 확보했는가.

 

무엇이든 잘되지 않아 당황하면

잠시 멈추고 관찰하고 생각하여

신중한 판단 아래에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을

어찌하여 그렇게 조급한가.

이것이 나의 2023년 마지막 교훈이라.

 

블루밍루트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첫째, 잘되지 않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꽃길(blooming route)을 찾아야 하느니라.

둘째, 기분이 나빠 blooming이라 말하고 싶으면*

뿌리(root)로 돌아가야 하느니라.

셋째, 내가 피워온 시간의 꽃들에

근호(square root)를 씌워 1에 근접하도록

중용을 지키도록 다듬어야 하느니라.

 

세 가지 블루밍루트만 명심한다면,

이번 대회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요,

작은 좌절에 불행해지지 않을 것이요,

조급해서 작은 실패를 키우지 않을 것이요,

과격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도 않을 것이라.

 

라고 적으려는데,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2024년, 블루밍루트를 명심하면

꽃길이 열릴 것이니

잘 뛰지만 성숙하지 못한 토끼에서 벗어나

능력을 적절히 사용하는 용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자.**

 

2024년, 나의 블루밍루트는 시작한다.

 

* blooming은 영국에서는 화가 나서 기분이 나쁠 때 비속어처럼 사용하는 형용사라고 한다.

** 계묘(2023)년은 토끼 해이고, 갑진(2024)년은 용의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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