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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

선형 동차 점화식과 미분방정식

선형 동차 점화식과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의 풀이 방법은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이 둘을 같이 다루고 있는 초보 수준의 자료가 많지 않아서,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

해 공간의 특징

선형 동차 점화식은, 아래 조건을 만족하는 복소수 수열 $\left \{a_n  \right \}$을 구하는 문제이다. $$a_n =c_1 a_{n-1}+c_2 a_{n-2}+...+c_k a_{n-k} (n\geq k+1)$$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은, 아래 조건을 만족하는 복소수 범위에서 무한번 미분가능한 $\mathbb{R}$에서 $\mathbb{C}$로 가는 함수 $y=f(x)$를 구하는 문제이다. $$y=c_1 y'+c_2 y''+...+c_k y^{(k)}$$ 두 문제의 해의 특성은 매우 유사하다. 0은 자명한 해이고, 해들의 선형 조합도 해가 된다. 그러므로 두 문제에 대한 해의 집합은 복소수체에서 벡터공간을 이룬다(수열이나 함수의 상수배와 덧셈은 일반적인 정의를 따르도록 한다). 이 해 집합의 차원은 k임을 증명할 수 있다. 먼저, 점화식의 경우에는 k개의 복소수 $a_1, a_2, ..., a_k$와 수열이 일대일 대응이므로, 해 집합의 차원이 k개의 복소수의 순서쌍으로 이루어진 벡터공간의 차원과 같아서 k가 된다. 미분방정식의 경우에는 (간단한 설명을 찾고자 했으나 나는 찾지 못하였고) 다소 어려운 선형대수학 지식이 요구된다. 무한번 미분가능한 $\mathbb{R}$에서 $\mathbb{C}$로 가는 함수의 집합 A에 대해, 선형연산자(linear operator) $D: A\rightarrow A$를 $D(y)=y'$로 정의하자($D(ay+b)=(ay+b)'=ay'+b=aD(y)+b$에서 선형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주어진 미분방정식은 $(c_kD^k+...+c_2D^2+c_1D-1)y=0$으로 쓸 수 있으므로, 해 공간은 괄호 안의 연산자의 영공간(null space)이다. 그런데 대수학의 기본정리에 의해서 괄호 안의 연산자는 항등연산자(identity operator) I에 대해 $(D-r_1I)(D-r_2I)...(D-r_k I)y=0$으로 인수분해가 된다($r_1, r_2, ..., r_k$는 반드시 서로 달라야 하는 것은 아닌 복소수). 한편 $(D-r_iI)y=0$은 $dy/dx=r_iy, dy/y=r_idx$의 양변을 적분하면 $y=C\exp(r_ix)$의 1차원의 해 공간을 가짐을 알 수 있다. 즉 $nullity(D-r_i I)=1$이다. null space가 유한차원인 선형변환 U, T에 대해 $nullity(UT)=nullity(U)+nullity(T)$라는 선형대수학의 결과를 사용하면, 해 공간의 차원은 $nullity((D-r_1I)(D-r_2I)...(D-r_k I))=\sum _{i=1}^knullity(D-r_iI)=k$가 된다.

해 구하는 방법

이제 해 공간의 차원을 구했으니, k개의 선형독립인 해만 구하면 이를 기저(basis)로 해서 모든 해가 나오게 될 것이다. 점화식부터 살펴보자. 일단 등비수열이 해가 될 거라고 예측하고 주어진 점화식에 $a_n=r^n$을 대입하면, $r^k=c_1r^{k-1}+c_2r^{k-2}+...+c_{k-1}r+c_k$가 된다. 따라서 r이 점화식의 특성다항식 $C(t)=t^k-c_1t^{k-1}-c_2t^{k-2}-...-c_{k-1}t-c_k$ 의 근인 경우에는 $a_n=r^n$이 해가 된다. 대수학의 기본정리에서 특성다항식은 복소수 범위에서 k개의 근을 가지지만, 그 k개의 근의 모두 다르다는 보장은 없어서 이것만으로는 basis를 찾을 수 없다. r이 이중근인 경우에는, r은 특성다항식의 도함수의 근이기도 하므로, 이를 계산한 후에 r의 거듭제곱을 곱하면 $a_n=(n+A)r^n$도 근이라는 것이 나온다. 선형성에 의해서 간단하게 $a_n=nr^n$을 basis의 새로운 원소로 잡으면 된다. r이 삼중근인 경우에는 특성다항식의 이계도함수의 근이 되어서, 정리한 후에 r의 거듭제곱을 곱하고 일차식을 여러 번 더하면 유사하게  $a_n=n^2r^n$이 basis에 추가된다. r이 m중근이면 귀납적으로 반복하여 $a_n=n^{m-1}r^n$까지 basis에 추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선형 동차 점화식의 basis는 다음과 같이 얻을 수 있다.

선형 동차 점화식의 해 집합의 basis: $\cup _{i=1}^p\left \{r_i^n, nr_i^n, ..., n^{m_i-1}r_i^n  \right \} $ (특성다항식의 근이 $r_1, r_2, ..., r_p$이고 $r_i$ $m_i$중근)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지수함수부터 생각해보자. $y=a^x$를 대입해보면, 이번에는 $\ln a$가 특성다항식(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의 경우, 특성다항식은 해 공간의 특징을 분석할 때 나왔던 미분연산자 D와 합성연산에 대한 다항식에 해당한다. 즉 $C(t)=c_kt^k+c_{k-1}t^{k-1}+...+c_2t^2+c_1t-1$)의 근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특성다항식의 근 r에 대해서 $y=\exp(rx)$를 basis에 넣을 수 있다. r이 이중근이면, r은 특성다항식의 도함수의 근이므로 대입하면 독립변수의 일차식이 지수함수에 곱해진 형태도 해가 되어서, $x\exp(rx)$도 basis에 넣을 수 있다. 일반화하여 r이 m중근이면 $x^{m-1}\exp(rx)$까지 basis에 속한다. 결론적으로,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의 basis는 다음과 같이 얻을 수 있다.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의 해 집합의 basis: $\cup _{i=1}^p\left \{\exp(r_ix), x\exp(r_ix), ..., x^{m_i-1}\exp(r_ix)  \right \} $ (특성다항식의 근이 $r_1, r_2, ..., r_p$이고 $r_i$ $m_i$중근)

이로써 basis를 구했으니 선형 동차 점화식과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일반화된 공식이 유도되었다.

수학적 고찰

결과부터 살펴보면, 선형 동차 점화식과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의 해는 지수함수의 선형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다만 미분방정식의 경우에는 특성다항식의 근이 지수에 있고(또는 밑의 자연로그가 특성다항식의 근이 되고), 점화식의 경우에는 특성다항식의 근이 밑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점화식은 이산적이어서 '이웃한 두 항의 차이'가 $a^n-a^{n-1}=a^{n-1}(a-1)$로 유도되는 반면, 미분방정식은 연속적이어서 유사한 개념인 미분계수가 $\frac{d}{dx}a^x=a^x\ln a$로 나온다는 근본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a가 1에 가까우면 $\ln a$의 a=1에서의 표준선형근사에 따라 $\ln a\approx a-1$이고, 이산적으로 나누는 크기가 충분히 작을 때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만, 점화식은 어쨌든 '이웃한 두 항' 사이의 간격이 무한히 세분되지 않고 유한한 크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해의 형태가 다르다.

해 공간의 특징을 분석할 때, 선형이고 벡터공간을 이룬다는 점은 둘이 증명이 매우 유사했다. 둘의 차원이 특성다항식의 차수 k와 같다는 것도 똑같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점은, 점화식의 경우에는 초기항 k개가 주어지면 결정된다는 것만으로 차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미분방정식의 경우에는 선형연산자의 영공간의 차원에 대한 개념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미분방정식은 이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초기항 같은 개념이 없어서 선형대수학을 이용하여 nullity로 접근해야만 한다. 물론 내가 더 쉬운 설명을 못 찾을 걸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선형대수학이 가산집합과 불가산집합을 막론하고 사용될 수가 있어서, 수열에 대한 이산수학적 설명보다 훨씬 일반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형대수학이 그러한 특징을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추상적인 벡터공간의 개념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개념을 세울 때에는 너무나도 추상적이어서 이해가 잘 안되더라도, 한번 증명한 성질은 특정한 지엽적인 체계가 아니라 어떤 성질을 만족하는 모든 대수체계에 적용할 수 있어서 매우 포괄적이라는 것이 추상대수학의 매력인 것 같다.

참고로 선형연산자를 이용한 방법으로 점화식의 해 공간의 차원도 증명할 수 있다. 이번에는 미분연산자가 아니라 차분연산자 $\nabla$를 $\nabla a_n=a_n-a_{n-1}$로 정의한다. 그러면 주어진 점화식은 $a_{n-k}$들을 언급하지 않고 $ \nabla a_n$만으로 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똑같이 $\nabla-cI$꼴들의 합성으로 인수분해가 되는데, $\nabla-cI$의 null space는 $a_n=K(1/(c-1))^n$ 꼴로 차원이 1임을 알 수 있어서 동일한 방법으로 증명된다. 특히, 수열이 1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으로 무한한 경우(즉 함수 $ \mathbb{Z}\rightarrow\mathbb{C}$)에는 초항의 개념이 없지만 이 방법으로는 증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